
2026년부터 시작되는 보안의 세 가지 전환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보보호 공시 의무화,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ISMS-P) 실효성 강화, 정부·공공기관 사이버보안 실태평가 지표 변화는 각각 다른 대상을 향하지만,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형식이 아니라 실질, 말이 아니라 증거,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진화하는 대응입니다.”그렇다면 조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1. 정보보호 공시 의무화 대응: "숫자와 증거로 말하라"
정보보호 공시는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되지만, 준비는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공시는 단순히 보안팀만의 일이 아닙니다. 경영진, 법무팀, PR/IR팀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전사적 과제입니다.
첫째, 우리 회사의 보안 자산 지도를 그려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시스템은 무엇인지, 고객 데이터는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는지, 만약 이게 해킹당하면 회사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금고가 어디 있는지, 출입문은 몇 개인지 모르면 방어할 수 없습니다. 공시의 출발점은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를 정확히 아는 데서 시작합니다.
둘째, 보안 데이터를 재무 데이터처럼 관리해야 합니다. 예산은 재무팀, 인력은 HR, 훈련은 교육팀, 사고 대응은 보안팀에 흩어져 있으면 공시 때마다 말이 달라집니다. 2026년에 해야 할 일은 ‘보안 원장(단일 기준표)’을 만드는 겁니다. “올해 보안 인력 몇 명, 예산 얼마, 훈련 몇 회, 취약점 진단 커버리지는 어디까지, 사고 발생 시 대응 시간은 어느 정도” 같은 항목을 한 곳에서 확정하고, 분기마다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보안 투자를 세분화해 기록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과기정통부가 투자 활동 세분화를 예고한 것은 "얼마나 썼는가"뿐 아니라 "무엇에 어떻게 썼는가"를 명확히 보여달라는 요구입니다. 인력 투자, 장비 투자, 서비스 투자, 교육 투자를 구분해 관리하고, 전년 대비 증감률과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공시 문장도 ‘증빙형 문장’으로 바꿔야 합니다. “안전합니다” 같은 단정은 위험합니다. 대신 “우리는 무엇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어떤 기준으로 조치했으며, 그 결과를 어떻게 개선에 반영한다”처럼 활동–기준–증빙–개선의 흐름으로 써야 합니다. 이런 구조는 투자자 설득은 물론 규제 대응도 가능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보안을 했다’가 아니라 ‘어떻게 했는지’를 기록해야 합니다.
"우리 보안 잘하고 있습니다"가 아니라, "올해 3분기 취약점 47개 발견 → 42개 해결 완료", "모의 해킹 테스트 연 4회 실시 → 보고서 보관", "직원 보안 교육 분기 1회 → 참석률 94%" 같은 구체적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공시는 포장이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넷째, 보안팀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공시는 회사의 공식 발표입니다. 경영진이 예산을 결정하고, 법무팀이 규제를 해석하며, PR/IR팀이 공시 문서를 작성하고, IT/보안팀이 기술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협업 구조가 필요합니다. 화재 대응이 소방관만 하는 게 아니듯, 보안도 전사적 과제가 돼야 합니다.
2026년 안에 모의 공시를 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실제 공시처럼 초안을 쓰고, 재무/법무/IR/보안이 함께 검증하면, 2027년에 ‘처음 해보는 공시’의 리스크가 크게 줄어듭니다. 공시는 발표가 아니라 ‘검증을 통과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2. ISMS·ISMS-P 실효성 강화 대응: "현장 검증에 대비하라"
ISMS·ISMS-P 인증이 "서류 중심"에서 "현장 실증 + 사고 시 취소"로 바뀌면서, 준비 방식도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실효성 강화의 핵심은 결국 ‘문서와 현실 사이 간격’을 없애라는 요구입니다. 그래서 대응도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실제로 돌아가는 운영”을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예비심사부터 핵심 항목을 선검증하고, 본심사에서는 기술심사와 현장 실증이 강화되며, 사고가 나면 특별 사후심사를 거쳐 인증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우선 제로 트러스트 원칙을 실제 시스템에 적용해야 합니다. "아무도 믿지 말고, 매번 확인하라"는 원칙입니다. 회사 내부 사용자라도 무조건 신뢰하지 않고, 누가 어느 시스템에 접근하는지 계속 확인하며, 평소와 다른 이상 징후는 없는지 모니터링합니다. 하지만 원칙을 선언한다고 시스템이 자동으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종이에 적힌 정책과 실제 현장 사이의 간격을 줄여야 합니다.
오펜시브 보안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오펜시브 보안은 "해커가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우리를 해킹해 보는 것"입니다. 화이트해커가 실제 공격자처럼 시스템 침투를 시도하고, "이 서버 패치는 왜 몇 년째 미뤄졌는가?", "이 계정은 누구 것인지 모르는데, 아직 관리자 권한이 있는가?" 같은 문제를 찾아냅니다. 이런 모의해킹이 단순히 기술적 취약점을 찾는 수준을 넘어 "우리는 할 수 있는 만큼 미리 대비했다"는 경영 책임의 근거가 됩니다.
노출 관리(Exposure Management)를 도입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약점은 무엇인지, 밖에서 우리는 어떻게 보이는지, 공격자가 어디를 먼저 노리는지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정기 모의해킹, 레드팀 활동, 일부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진짜 공격이 오기 전에 반복 훈련해야 합니다. 사고 이후에 "저희 최선을 다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사고 이전부터 "정기 모의해킹 연 4회 실시 → 취약점 42개 발견 → 39개 해결 완료"라는 기록을 보여주는 것은 무게가 다릅니다.
이제는 AI도 보안 대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2025년 사고들도 충격적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합니다. AI가 공격 전체를 움직이는 엔진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재고 관리, 정산, 고객 상담, 코드 배포를 AI 에이전트가 대신 처리하는 환경에서,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나 공격자의 AI 조작이 물류·생산라인·회계 시스템까지 줄줄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AI 에이전트에게도 사람처럼 고유 ID와 최소 권한을 부여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록을 남기며, 돈과 데이터가 크게 오가는 업무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3. 정부·공공기관 사이버보안 실태평가 지표 변화 대응: “망분리”가 아니라 “보안 운영 역량이 있나요?”
2026년 정부 공공기관 사이버 보안 실태평가는 사실상 “보안 운영 평가”입니다. 따라서 기관은 점수를 올리기 위해 문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운영을 바꾸면 점수가 따라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첫째, 예산–훈련–재난대책을 연말 행사가 아니라 분기 운영으로 바꿔야 합니다. 예산은 확보만이 아니라 “어디에 썼는지”, 훈련은 실시만이 아니라 “무엇이 개선됐는지”, 재난대책은 수립만이 아니라 “작동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정기성’입니다. 분기마다 훈련하고, 훈련 결과로 정책과 설정이 실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둘째, N2SF 전환을 ‘프로젝트’가 아니라 ‘운영 표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망을 나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왔습니다. 기관은 접근 통제, 구간 통제, 데이터 흐름 통제 같은 요소를 N2SF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구현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증빙으로 남겨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한 번에 완벽”이 아니라, 단계별 전환 로드맵과 실적입니다.
셋째, MFA(다중인증)는 핵심 시스템부터 ‘실제로’ 적용해야 합니다. MFA는 문서로 도입할 수 없습니다. 관리자 접속, 원격 접속, 결재/재무/인사, 개인정보 처리 같은 핵심 시스템부터 적용률을 끌어올리고, 예외 계정과 운영 편의 때문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가산점 항목(재해복구, AI 기반 관제, N2SF, 훈련 참여) 은 옵션이 아니라 격차를 만드는 항목으로 봐야 합니다. 기관이 AI를 ‘업무 자동화’가 아니라 ‘보안 운영의 도구’로 가져오면, 운영 효율과 점수를 동시에 챙길 수 있습니다.
2026년 실태평가 지표 개편에는 "망을 나눴는지가 아니라, 연결된 환경을 얼마나 안전하게 통제하는지"를 봅니다. 기존 망분리 시행 항목이 N2SF 적용 항목(5.5점)으로 전환되면서, 단순 차단이 아닌 접근 통제, 인증, 기록, 정보 흐름 관리가 가능한 구조를 갖췄는지가 평가 대상이 됩니다.
민간 기업도 정부공공기관 실태평가 지표 변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산·훈련·복구·정책 전환”이 강화된다는 건, 결국 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기업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특히 공시가 시작되면, 기업은 “얼마나 막았나”뿐 아니라 “사고가 나도 얼마나 빨리 복구하고, 재발을 막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실태평가의 흐름은 민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경영 언어가 됩니다.
보안을 운영하고 증명하라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제도처럼 보여도, 조직이 제출해야 하는 답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보안을 운영하고 있고, 그 운영이 증명 가능하다.”
2026년은 규정 변화의 해가 아니라, 보안의 ‘언어’가 바뀌는 해입니다. 투명성과 실효성, 회복탄력성으로 정리됩니다.
보안을 “알아보기 어렵게 숨겨두는 분야”가 아니라, 시장과 국민이 확인할 수 있는 경영 정보로 끌어올립니다. 공시 확대가 그 상징입니다.
“인증이 있으니 괜찮다”가 아니라, 인증이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사고가 나면 즉시 점검·조치가 가능한지로 기준을 옮깁니다. ISMS·ISMS-P 실효성 강화가 그 방향을 분명히 합니다.
AI와 자동화로 공격이 빨라질수록, 탐지·차단만으로는 늦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산·훈련·재난대책·복구·N2SF·MFA 같은 “사고 전 대비와 사고 후 복구”의 회복탄력성이 필요합니다.
문서로 말하던 보안에서, 데이터와 운영 기록으로 말하는 보안으로 넘어가는 시기입니다.
준비한 조직에게 이 변화는 부담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신뢰를 숫자와 근거로 보여줄 수 있는 조직만이, 시장과 국민 앞에서 “믿을 만한 곳”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2026년은 “바뀐 규정을 공부하는 해”가 아니라, 바뀐 규정이 요구하는 운영 방식으로 갈아타는 해입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기업과 정부 기관을 두렵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반대로 사고를 줄여 피해를 줄이며, 신뢰를 지키는 기업과 기관이 정당하게 평가받도록 판을 다시 짜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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